국제중재가 지나치게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며, 불투명하고, 점점 더 지정학적 긴장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국제중재의 강력한 지지자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은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중재 친화적인 관할권 중 하나로 만드는 판결들을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 또한 서울을 국제 상사 분쟁의 중심지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학계 담론과 전문가들의 논평 역시 서울을 중재지(seat of arbitration)로 선택하는 전략적 이점을 점점 더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대륙법 전통을 기반으로 한 견고한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영미법 절차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기술 발전은 전국 법원 시스템과 소송 실무에 효과적으로 반영되어 활용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국제 무역, 외국인 투자, 크로스보더 거래에 기반하여 성장하고 있으며, 매년 점점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 거래 상대방과의 법적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위상은 저명한 중재인, 중재 전문가, 그리고 지원 인프라를 한국 법률 시장으로 끌어들여, 한국의 중재 커뮤니티를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매우 경쟁력 있는 집단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아래는 한국의 국제중재 실무를 형성하는 주요 발전 동향들이다.
국제 규정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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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국내 중재 규칙의 전면 개정을 마친 대한상사중재원(KCAB)은 현재 국제중재규칙의 대대적인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개정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주요 개정으로, 다가오는 해에 발효될 예정이며, 국제적 모범 사례에 보다 밀접하게 부합하도록 중재 절차를 현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상되는 주요 변화로는 중재인 기피 및 사건 병합을 감독하는 새로운 KCAB 법원의 설치, 디지털 사건 관리, 전자 제출(e-filing), 화상 심리를 통한 효율성 강화, 명백히 근거가 없거나 KCAB의 관할권 밖에 있는 청구를 걸러내는 ‘조기 판단’ 절차 도입, 공정성과 독립성과 관련한 중재인의 광범위한 정보 공개 의무화를 통한 투명성 제고 등이 포함된다.
이와 동시에 KCAB는 2024년 1월부터 국제조정규칙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 규칙은 당사자들이 조정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중재 판정으로 전환하여 싱가포르 조정협약(Singapore Convention on Mediation)에 따라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재 가능성의 한계
한국법상 간접강제배상(indirect compulsory damages)은 의무 불이행 채무자가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법원이 부과하는 제재로, 일반적으로 불이행 일수마다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법원의 재량적 구제수단은 「민사집행법」 제261조 제1항에 근거한다.
이 조항이 간접강제배상 명령 권한을 한국 1심 법원에만 부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재판정부도 적절한 경우 이를 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쟁이 있어 왔다. 2018년 대법원은 후자의 입장에 서서, 네덜란드 헤이그를 중재지로 하는 외국 중재판정부가 내린 간접강제배상 명령이 한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이 간접강제배상을 근거로 한 모든 외국 중재판정 취소 가능성을 배제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2024년 12월, ICC 중재판정부는 피신청인에게 문제된 주식 평가를 실시하거나, 불이행 시 하루 20만 달러의 간접강제배상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2025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당 간접강제배상 명령은 한국 법원만이 내릴 수 있는 구제수단이라며 집행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현재 항소 중이다. 향후 판례가 이 오랜 논쟁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병리적 중재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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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과 국문이 나란히 병기된 계약서에서 (1) 불일치가 있을 경우 우선하는 언어를 지정하지 않고, (2) 실재하지 않는 중재기관을 명시한 경우에도 유효한 중재합의로 인정될 수 있을까? 한국 대법원은 2025년 1월 23일 판결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해당 사건에서 (1) 중재조항의 영문과 국문 표현이 서로 달랐고, (2) 계약의 문언이나 맥락 어디에서도 어느 언어가 우선하는지 알 수 없었으며, (3) 중재조항은 존재하지 않는 기관(국제상법상 상사중재위원회)을 언급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중재조항 문언상의 명백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계약 전체를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당사자들이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려는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은 문언상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중재 의사를 실질적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한국 법원의 친(親)중재적 태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한국 법원은 중재기관의 명칭 오류와 같은 형식적 결함을 넘어, 당사자들의 분명한 합의 의사가 있는 경우 중재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서명인에 대한 중재판정 집행
2024년 11월, 대법원은 ICC 중재판정이 특정한 경우에 중재합의에 서명하지 않은 당사자에 대해서도 집행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인은 자신이 중재합의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으므로, 뉴욕협약 제5조 1항 (a)에 따라 승인 및 집행이 거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사자가 중재합의의 존재나 효력에 대해 적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중재절차에 참여한 경우, 새로운 중재합의가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항소인은 중재참고조건서에 서명했을 뿐 아니라, 관할권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적극적으로 중재에 참여했기 때문에 새로운 중재합의가 실제로 성립했다고 본 것이다.
실무적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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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중재지로 고려하거나 선택할지 고민하는 당사자 및 실무가들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KCAB 국제중재규칙 개정 주시
KCAB의 최신 국제중재규칙 개정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새롭게 도입되는 간소화된 절차는 분쟁 해결을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할 가능성이 있다.
(2) 중재 조항의 신중한 작성
중재 조항을 꼼꼼히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만약 불명확한 경우 형식적 결함(formalistic defects)으로 중재합의를 무효화하지 않는 국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은 이러한 측면에서 특히 매력적인 중재지이며, 다음과 같은 경우 특히 효과적이다:
– 한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 분쟁
– 한국에 거주하는 개인이나 기업을 상대로 판정을 집행해야 하는 경우
– 한국과 상호적으로 외국 판결을 승인하는 국가에서 판정을 집행해야 하는 경우
– 첨단 기술 기반의 절차적 도구를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쟁
(3) 현지 변호사와의 조기 상담
최근 판례와 외국 중재판정 승인·집행에 대한 한국 법원의 태도에 대해 현지 변호사와 조기 상담을 하는 것이 유익하다. 이를 통해 한국 법원에서만 가능한, 혹은 타국 법원에서는 얻기 어려운 구체적 구제 방안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4) 합의(조정) 지향 시 KCAB 국제조정규칙 활용
분쟁의 합의적 해결이 목표라면 KCAB의 새로운 국제조정규칙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해당 규칙을 통해 조정 합의는 싱가포르 협약에 따라 국제적으로 집행 가능한 중재판정으로 전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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